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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기

[일본여행기] 3.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오타루 관광(+야구 관람)

by 바이로카나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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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오랜만에 쓰는 일본여행기입니다.

 

2019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창궐 전에 갔다왔었는데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인해 미뤄두고 있다가 쓰게 됐네요.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에 의존해서 쓰다보니 살짝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 3일차, 오늘은 홋카이도에서 살짝 떨어진 오타루를 갔다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어제에 비해 조금은 일찍 일어났지만 그렇게까지 일찍 일어난 건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삿포로역에 12시쯤 도착했으니 말이죠. 전날 일정이 조금 빡빡했던 것도 있지만 워낙 필자가 저녁형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호텔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삿포로역에 도착한 후 하코다테 선을 타고 오타루역에 도착했습니다. 갔다온 분이나 지도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오타루 방향 하코다테 선은 중간에 해안가를 쭉 따라서 가는 구간이 있어 바다가 보이는 이런저런 멋진 풍경을 보면서 갈 수 있었습니다. 

 

오타루역 정문 쪽은 주차장 겸 버스터미널로 사용되고 있으며 15층 내외의 빌딩 몇 곳을 제외하면 건물이 대체적으로 낮고 운하까지 내리막길이라 탁 트인 풍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날씨는 선선하고 맑았습니다. 역에서 운하까지 애매하게 약 1km 거리라 교통비도 아낄 겸 운하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운하에 도착해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습니다. 중간에 특이하게 구름이 몰려와서 흐려졌다가 다시 개고, 비도 조금씩 내렸다 그치는 요상한 날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위해서 10분 정도 본 후 다시 오타루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필자는 큰 상관이 없었지만 하필 운하에서 오타루역까지 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길이고 열차 도착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조금 빠듯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또 교통비를 아끼겠다고 중간중간 뛰어서 걸어갔던 터라 동행자가 힘들어했습니다. 

 

가는 길에 옷을 입혀놓은 개 동상이 하나 세워져있던데 당시엔 뭔지 몰랐지만 궁금해서 방금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소방견 '분'이라고 하고, 소방서에서 키우던 개의 동상이라고 합니다.

 

이후 오타루 오르골당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각주:1]한 정거장 떨어진 미나미오타루 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역에서 오르골당까지 꽤나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버스를 안 타고 걸어서 갔습니다. 오르골당은 하나는 오르골 관련 기념품을 주로 파는 오르골당, 다른 하나는 전시장에 가까운 오르골 박물관 이렇게 2개가 있습니다. 오르골 박물관은 오거리 중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른 곳은 평범한 일본식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거리 주변에만 유럽식 건물들이 들어서있어 과장 좀 보태 어디 유럽 조그마한 마을이 아닐까 하는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될 때 마다 증기를 내뿜는 오르골당 앞 증기시계탑도 신기하고요.

 

오르골 박물관에는 자동연주 오르간이 있어서 일정 시간마다 가게 직원이 구멍뚫린 악보 양피지? 비스무리한 걸 들고와서 연주회를 합니다. 오래된 걸로 보이는 다른 오르골들은 전시만 되어있고 따로 연주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곳에서도 본관처럼 유명 가요를 연주하는 오르골들을 제작해서 판매하긴 합니다. 견본 오르골들이 전시되어 있고 나머지는 카탈로그에 노래방책처럼 목록을 뽑아놔서 원하는 걸로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팝송, JPOP 위주에 군데군데 한국 가요들도 몇 개 보이더군요. 

 

이후 옆 건물 오르골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방문했던 박물관과 비교하면 보다 본격적인 기념품 판매점에 가까운 곳으로 층마다 취급하는 물건이 약간 다릅니다. 천엔대의 부담없는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개당 몇 만~몇 십만엔은 하는 고급 오르골들만 판매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비싼 물건이다 보니 직원이 없으면 구경만 할 수 있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인 직원을 만나 따로 마련된 감상실에서 비싼 오르골을 직접 듣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기념품을 몇 개 구입한 것 같은데 동행자가 구입해서 정확하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고 또 역시나 미나미오타루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이때 일부러 오르골당까지 갔던 경로와는 다른 길을 택하다보니 길을 헤맸습니다. 철도가 있는 굴다리를 지나쳐 오타루 시립병원을 거친 뒤 역으로 돌아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평범한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도 말로 콕 찝어서 표현하기 힘든 한국과 다른 모습의 거리.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걸어야 해서 온전히 주변을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었던 도보였습니다. 동행자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날의 일정은 하나가 더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일본 프로야구(NPB) 직관이었죠. 일본 여행가는 김에 야구 경기도 봐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야구경기 직관을 결정했고, 여행일정과 삿포로가 연고지인 니혼햄(닛폰햄) 파이터즈의 홈경기가 겹치는 날이 며칠 있어서 그 중 하루를 골라잡았습니다. 이후 여행일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홋카이도 삿포로 한 곳만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보면 이 야구경기 하나가 이동경로를 확정하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삿포로돔 근처에는 철도역이 없어서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삿포로역으로 온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후쿠즈미 역에 도착했습니다. 저 역이 해당 지하철 노선의 종점이라 잘못 내릴 일은 없어서 좋긴한데 왜 노선을 조금만 더 늘려서 삿포로돔 근처까지 태워주지 않냐는 원망과 함께요. 대부분 야구 경기를 보러 지하철을 탔을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에서 내리고, 또 열심히 걸었습니다. 가는 길에 쇼핑몰이 있는데 여기서 야구용품을 이것저것 팔더군요. 여기서 야구 모자를 샀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육교를 건너서 도착한 경기장.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여행오기 전 출력한 예약증을 들고 살짝 헤맸던 것 같지만 어찌됐든 물어물어 표 발급 받고 경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와보니 확실히 한국 구장과 비교해서 넓은데 거의 빈 곳도 없이 꽉꽉 들어찼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치어리더들이 1 3루 파울라인에 나란히 서서 춤도 추는 등 소소한 이벤트들을 하다 경기 시작시간 되어가니 시구시타를 합니다. 그리고 6시 정각, 경기가 시작되자 엄청난 환호성이 들리고 전광판에 니혼햄 선발투수 이름이 뜨는데

 

알고보니 그날(2017년 8월 31일)이 마침 오타니 쇼헤이[각주:2]가 오랜만에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날이었던 겁니다. 여행계획 짜고 예매했던 시점에선 해당 날짜의 선발 로테이션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순전히 운인게 맞습니다.

 

하지만 홈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에도 불구하고 구속도 썩 잘나오는 편이 아니었고 불안불안하게 주자 내보내는 끝에 조기강판 되는 것으로 마무리. 확실히 한국 야구 경기와는 다르게 응원 구호 외칠 때를 제외하면 다들 얌전히 앉아서 보는 문화에 NPB TV중계를 볼 때마다 들리는 그 트럼펫, 북 소리 응원을 생으로 듣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가 다 끝난 후에 나오면 인파가 몰릴 거 같아 중간에 경기장을 나왔습니다. 이후 왔던 길을 되짚어 삿포로역에 도착하고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3일차가 아니라 2일차에 갔을 수도 있음]

그리고 전날 봐두었던 호텔 내 스파를 갔다왔습니다. 나름대로 일본 온천 느낌을 내려고 했는지 일정 날짜 주기로 남탕과 여탕이 바뀌기도 하고[각주:3] 목욕탕 일부는 노천 온천으로 따로 빼놓아서 하늘을 보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동행자에게 이런저런 목욕방법을 설명해주고 목욕하러 간 동안 잘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1. JR 프리패스라 기간 내 몇 번을 타도 무료입니다. [본문으로]
  2. 2015 프리미어 한일전 2번 모두 선발로 나와서 한국 선수들 고전시키고 이후 메이저리그로 간 그 투수 맞습니다. [본문으로]
  3. 구조만 좀 다르지 목욕탕 갯수 등은 같아서 굳이 두 곳을 다 갈 이유는 없어보였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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