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오랜만에 쓰는 일본여행기입니다.
2019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창궐 전에 갔다왔었는데 그동안 여러 사정으로 인해 미뤄두고 있다가 쓰게 됐네요.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에 의존해서 쓰다보니 살짝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 여행 3일차, 오늘은 홋카이도에서 살짝 떨어진 오타루를 갔다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어제에 비해 조금은 일찍 일어났지만 그렇게까지 일찍 일어난 건 아니었다고 기억합니다. 삿포로역에 12시쯤 도착했으니 말이죠. 전날 일정이 조금 빡빡했던 것도 있지만 워낙 필자가 저녁형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호텔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삿포로역에 도착한 후 하코다테 선을 타고 오타루역에 도착했습니다. 갔다온 분이나 지도를 본 분들은 알겠지만 오타루 방향 하코다테 선은 중간에 해안가를 쭉 따라서 가는 구간이 있어 바다가 보이는 이런저런 멋진 풍경을 보면서 갈 수 있었습니다.
오타루역 정문 쪽은 주차장 겸 버스터미널로 사용되고 있으며 15층 내외의 빌딩 몇 곳을 제외하면 건물이 대체적으로 낮고 운하까지 내리막길이라 탁 트인 풍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날씨는 선선하고 맑았습니다. 역에서 운하까지 애매하게 약 1km 거리라 교통비도 아낄 겸 운하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운하에 도착해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습니다. 중간에 특이하게 구름이 몰려와서 흐려졌다가 다시 개고, 비도 조금씩 내렸다 그치는 요상한 날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다음 일정을 위해서 10분 정도 본 후 다시 오타루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필자는 큰 상관이 없었지만 하필 운하에서 오타루역까지 가는 길이 살짝 오르막길이고 열차 도착시간까지 남은 시간이 조금 빠듯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또 교통비를 아끼겠다고 중간중간 뛰어서 걸어갔던 터라 동행자가 힘들어했습니다.
가는 길에 옷을 입혀놓은 개 동상이 하나 세워져있던데 당시엔 뭔지 몰랐지만 궁금해서 방금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소방견 '분'이라고 하고, 소방서에서 키우던 개의 동상이라고 합니다.
이후 오타루 오르골당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타고 1한 정거장 떨어진 미나미오타루 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역에서 오르골당까지 꽤나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버스를 안 타고 걸어서 갔습니다. 오르골당은 하나는 오르골 관련 기념품을 주로 파는 오르골당, 다른 하나는 전시장에 가까운 오르골 박물관 이렇게 2개가 있습니다. 오르골 박물관은 오거리 중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른 곳은 평범한 일본식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거리 주변에만 유럽식 건물들이 들어서있어 과장 좀 보태 어디 유럽 조그마한 마을이 아닐까 하는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될 때 마다 증기를 내뿜는 오르골당 앞 증기시계탑도 신기하고요.
오르골 박물관에는 자동연주 오르간이 있어서 일정 시간마다 가게 직원이 구멍뚫린 악보 양피지? 비스무리한 걸 들고와서 연주회를 합니다. 오래된 걸로 보이는 다른 오르골들은 전시만 되어있고 따로 연주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곳에서도 본관처럼 유명 가요를 연주하는 오르골들을 제작해서 판매하긴 합니다. 견본 오르골들이 전시되어 있고 나머지는 카탈로그에 노래방책처럼 목록을 뽑아놔서 원하는 걸로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팝송, JPOP 위주에 군데군데 한국 가요들도 몇 개 보이더군요.
이후 옆 건물 오르골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방문했던 박물관과 비교하면 보다 본격적인 기념품 판매점에 가까운 곳으로 층마다 취급하는 물건이 약간 다릅니다. 천엔대의 부담없는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개당 몇 만~몇 십만엔은 하는 고급 오르골들만 판매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비싼 물건이다 보니 직원이 없으면 구경만 할 수 있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인 직원을 만나 따로 마련된 감상실에서 비싼 오르골을 직접 듣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기념품을 몇 개 구입한 것 같은데 동행자가 구입해서 정확하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고 또 역시나 미나미오타루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이때 일부러 오르골당까지 갔던 경로와는 다른 길을 택하다보니 길을 헤맸습니다. 철도가 있는 굴다리를 지나쳐 오타루 시립병원을 거친 뒤 역으로 돌아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평범한 현대식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도 말로 콕 찝어서 표현하기 힘든 한국과 다른 모습의 거리.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걸어야 해서 온전히 주변을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었던 도보였습니다. 동행자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날의 일정은 하나가 더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일본 프로야구(NPB) 직관이었죠. 일본 여행가는 김에 야구 경기도 봐야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야구경기 직관을 결정했고, 여행일정과 삿포로가 연고지인 니혼햄(닛폰햄) 파이터즈의 홈경기가 겹치는 날이 며칠 있어서 그 중 하루를 골라잡았습니다. 이후 여행일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홋카이도 삿포로 한 곳만 돌아보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보면 이 야구경기 하나가 이동경로를 확정하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삿포로돔 근처에는 철도역이 없어서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삿포로역으로 온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후쿠즈미 역에 도착했습니다. 저 역이 해당 지하철 노선의 종점이라 잘못 내릴 일은 없어서 좋긴한데 왜 노선을 조금만 더 늘려서 삿포로돔 근처까지 태워주지 않냐는 원망과 함께요. 대부분 야구 경기를 보러 지하철을 탔을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에서 내리고, 또 열심히 걸었습니다. 가는 길에 쇼핑몰이 있는데 여기서 야구용품을 이것저것 팔더군요. 여기서 야구 모자를 샀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육교를 건너서 도착한 경기장.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여행오기 전 출력한 예약증을 들고 살짝 헤맸던 것 같지만 어찌됐든 물어물어 표 발급 받고 경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와보니 확실히 한국 구장과 비교해서 넓은데 거의 빈 곳도 없이 꽉꽉 들어찼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치어리더들이 1 3루 파울라인에 나란히 서서 춤도 추는 등 소소한 이벤트들을 하다 경기 시작시간 되어가니 시구시타를 합니다. 그리고 6시 정각, 경기가 시작되자 엄청난 환호성이 들리고 전광판에 니혼햄 선발투수 이름이 뜨는데
알고보니 그날(2017년 8월 31일)이 마침 오타니 쇼헤이 2가 오랜만에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날이었던 겁니다. 여행계획 짜고 예매했던 시점에선 해당 날짜의 선발 로테이션이 공개되지 않았으니 순전히 운인게 맞습니다.
하지만 홈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에도 불구하고 구속도 썩 잘나오는 편이 아니었고 불안불안하게 주자 내보내는 끝에 조기강판 되는 것으로 마무리. 확실히 한국 야구 경기와는 다르게 응원 구호 외칠 때를 제외하면 다들 얌전히 앉아서 보는 문화에 NPB TV중계를 볼 때마다 들리는 그 트럼펫, 북 소리 응원을 생으로 듣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기가 다 끝난 후에 나오면 인파가 몰릴 거 같아 중간에 경기장을 나왔습니다. 이후 왔던 길을 되짚어 삿포로역에 도착하고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3일차가 아니라 2일차에 갔을 수도 있음]
그리고 전날 봐두었던 호텔 내 스파를 갔다왔습니다. 나름대로 일본 온천 느낌을 내려고 했는지 일정 날짜 주기로 남탕과 여탕이 바뀌기도 하고 목욕탕 일부는 노천 온천으로 따로 빼놓아서 하늘을 보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3
이후 동행자에게 이런저런 목욕방법을 설명해주고 목욕하러 간 동안 잘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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